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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과 우주 이야기

[화성] 붉은 행성에 새겨진 물의 흔적: 과거의 강과 현재의 얼음

by 해피가드너 2025. 7. 16.

 

 

 

오늘날 화성은 춥고 건조한 사막 행성이지만, 수많은 과학적 증거들은 수십억 년 전 화성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따뜻하고 물이 넘실거리는 세상이었음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화성 탐사선과 로버들은 행성 곳곳에 새겨진 고대 강의 흔적부터 지금도 존재하는 거대한 지하 얼음층까지, 붉은 행성의 물의 역사를 하나씩 밝혀내고 있습니다. 화성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물의 흔적을 따라가 봅니다.

 

 

붉은 행성에 새겨진 물의 흔적: 과거의 강과 현재의 얼음

 

 

1. 지형에 남은 증거: 고대 강 유역과 삼각주 🏞️

 

화성 표면에는 과거에 액체 상태의 물이 풍부하게 흘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지형들이 남아있습니다.

 

* 강 유역과 계곡망: 화성 궤도를 도는 탐사선이 촬영한 고해상도 이미지들은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 계곡망(Valley Networks)을 보여줍니다. 이는 오랜 시간에 걸쳐 비가 내리고 강물이 흐르며 땅을 깎아내야만 형성될 수 있는 지형으로, 과거 화성에 지구처럼 강수와 하천 유출이 포함된 물의 순환 과정이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 삼각주와 호수 퇴적층: 결정적인 증거는 삼각주(Delta) 지형의 발견입니다. 현재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탐사 중인 '예제로 충돌구(Jezero Crater)'는 수십억 년 전 거대한 호수였던 곳입니다. 이곳에는 강물이 호수와 만나 유속이 느려지면서 운반하던 흙과 모래를 부채꼴 모양으로 쌓아놓은, 전형적인 삼각주 지형이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삼각주의 존재는 특정 장소에 오랫동안 액체 상태의 물이 안정적으로 존재했다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또한,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는 물에 의해 마모된 둥근 자갈들이 굳어져 형성된 역암(Conglomerate)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2. 화성에서 온 편지: 운석 속 물의 흔적 ☄️

 

지구에서 발견된 화성 운석들은 화성의 과거 환경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타임캡슐과도 같습니다. 과거 화성에 거대한 운석이 충돌했을 때, 그 충격으로 떨어져 나온 암석 조각들이 우주 공간을 떠돌다가 지구로 떨어진 것이 바로 화성 운석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운석들의 내부를 분석하여 물과 반응해야만 생성될 수 있는 특정 광물들을 발견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탄산염 광물(Carbonate minerals)과 점토 광물(Clay minerals)이 있습니다. 이러한 '함수 광물'들은 암석의 틈새로 액체 상태의 물이 스며들어 오랜 시간 동안 화학반응을 일으켰다는 증거입니다. 지구의 암석이 아닌, 수억 년 전 화성에서 날아온 암석에서 이러한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과거 화성의 지각 내부에 물이 활발하게 순환했음을 의미합니다.

 

 

3. 현재도 흐르는가? 계절성 물 흐름과 염분 💧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의 화성에도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있다는 증거가 포착되고 있습니다.

 

* 계절성 경사면 줄무늬 (RSL): 화성의 일부 가파른 경사면에서는 따뜻한 계절에 어두운 줄무늬가 나타났다가 추운 계절이 되면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측됩니다. 이를 'RSL(Recurring Slope Lineae)'이라고 부릅니다.

* 소금물의 역할: 화성은 대기가 매우 희박하여 순수한 물은 끓는점이 매우 낮아 표면에 나오자마자 곧바로 증발해 버립니다. 하지만 물에 염분(Salt)이 다량으로 녹아 있는 소금물(Brine)은 어는점은 더 낮아지고 끓는점은 더 높아져, 혹독한 화성 환경에서도 짧은 시간 동안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화성 정찰위성은 RSL 지역에서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한 과염소산염(Perchlorate)이라는 염분 물질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RSL 현상이 지하에 있던 소금물이 계절에 따라 지표면 가까이 스며 나오면서 만들어내는 흔적일 가능성을 강력하게 뒷받침합니다.

 

 

4. 숨겨진 물 저장고: 대기 중 수증기와 지하 얼음층 🧊

 

현재 화성의 물 대부분은 우리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 형태로 존재합니다.

 

* 대기 중 수증기: 화성의 희박한 대기에는 비록 극소량이지만 수증기(H₂O)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수증기는 계절에 따라 극관의 얼음이 승화(고체에서 바로 기체로 변함)하면서 대기 중으로 방출되었다가, 다시 얼어붙기를 반복합니다.

* 지하 얼음층: 현재 화성에서 가장 거대한 물 저장고는 바로 땅속에 묻혀 있는 거대한 얼음층입니다. 화성 정찰위성에 탑재된 레이더 장비(SHARAD)를 이용해 지표면 아래를 탐사한 결과, 극지방뿐만 아니라 중위도 지역의 땅속 수 미터 아래에도 거대한 순수 물 얼음 층이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지하 얼음의 양은 화성 전체를 수십 센티미터 깊이의 물로 덮을 수 있을 만큼 막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화성은 과거 강과 호수가 흐르던 '푸른 행성'에서 지금의 '붉은 행성'으로 변모했지만, 여전히 대기와 땅속 깊은 곳에 물의 흔적과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이 숨겨진 물은 미래 인류의 화성 탐사와 거주를 위한 가장 중요한 자원이자, 과거 화성에 존재했을지 모를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