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서 불길한 붉은빛으로 빛나는 행성, 화성(Mars)은 고대부터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해 왔습니다. 그저 붉고 메마른 사막 행성처럼 보이지만, 화성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태양계에서 가장 거대한 화산, 상상을 초월하는 협곡, 그리고 계절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신비로운 극관 등 역동적인 지질학적 역사가 숨 쉬고 있습니다. 화성의 상징인 붉은색의 비밀부터 경이로운 지형의 특징까지, 지금부터 붉은 행성의 지질학적 비밀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1. 붉은색의 비밀: 녹슨 행성, 화성
화성이 붉게 보이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바로 표면이 '녹슬었기' 때문입니다. 화성의 토양과 암석, 즉 레골리스(regolith)에는 철(Fe) 성분이 매우 풍부합니다.
과거 수십억 년 전, 화성에는 지금보다 훨씬 짙은 대기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때 대기 중의 산소나 물 분자(H₂O)가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면서 나온 산소가 지표면의 철 성분과 결합하는 산화(Oxidation)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량의 산화철(Iron Oxide, Fe₂O₃), 즉 우리가 흔히 '녹'이라고 부르는 물질이 생성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붉은색의 미세한 먼지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화성 전체를 뒤덮게 된 것입니다. 화성에서는 강력한 먼지 폭풍이 행성 전체를 휘감을 때가 많은데, 이때 붉은 산화철 먼지가 대기 상층부까지 올라가 하늘마저 붉은빛으로 보이게 만듭니다. 결국 화성은 표면부터 대기까지 '녹슨 먼지'로 뒤덮인, 말 그대로 '붉은 행성'인 셈입니다.
2. 태양계 최대의 화산, 올림푸스 몬스
화성에는 태양계에서 가장 거대한 화산인 올림푸스 몬스(Olympus Mons)가 있습니다. 그 규모는 지구의 어떤 산과도 비교를 불허합니다.
* 엄청난 규모: 높이는 약 25km로, 지구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약 8.8km)의 3배에 가깝습니다. 화산의 밑면 지름은 약 600km에 달해, 한반도 전체를 거의 덮을 수 있는 크기입니다.
* 완만한 경사: 올림푸스 몬스는 용암이 넓게 퍼지며 형성된 순상화산(Shield Volcano)입니다. 그 크기에 비해 경사각은 평균 2~5도에 불과해, 만약 당신이 화산의 경사면에 서 있다면 자신이 거대한 산 위에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처럼 거대한 화산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화성에는 지구와 같은 활발한 판 구조 활동(Plate Tectonics)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구에서는 지각판이 계속 움직여 화산이 여러 곳에 체인 형태로 생겨나지만(하와이 열도처럼), 화성에서는 지각이 고정된 채 한 지점에서 수억 년 이상 용암이 계속 분출하여 하나의 거대한 화산으로 쌓아 올려진 것입니다.
3. 그랜드 캐니언의 10배: 마리네리스 협곡
화성의 적도를 따라서는 태양계 최대 규모의 협곡인 마리네리스 협곡(Valles Marineris)이 길게 뻗어 있습니다. 이 협곡은 지구의 그랜드 캐니언을 압도하는 상상 초월의 크기를 자랑합니다.
* 압도적인 크기: 총 길이는 4,000km 이상으로 미국 대륙의 폭과 맞먹으며, 최대 폭은 700km, 깊이는 무려 7km에 달합니다. 이는 그랜드 캐니언보다 길이로는 약 10배, 깊이로는 4배 더 거대한 규모입니다.
* 형성 과정: 마리네리스 협곡은 강물에 의해 깎여나간 그랜드 캐니언과 달리, 주로 구조적인 균열로 인해 형성되었습니다. 수십억 년 전, 인근의 거대한 화산 지대인 타르시스 융기(Tharsis Bulge) 지역이 마그마로 인해 부풀어 오르면서 주변 지각에 엄청난 장력이 가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화성의 지각이 찢어지고 갈라지면서 거대한 단층 협곡 시스템이 탄생한 것입니다. 이후 물의 흐름이나 대규모 산사태, 바람에 의한 침식 등이 협곡을 더욱 넓고 깊게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4. 계절 따라 변하는 극관: 드라이아이스와 물 얼음
화성의 남극과 북극에는 지구처럼 하얀 극관(Polar ice caps)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화성의 극관은 지구와는 다른 특별한 이중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 이중 구조: 화성 극관의 기반은 수백 미터 두께의 두꺼운 물 얼음(H₂O) 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를 계절에 따라 드라이아이스(고체 이산화탄소, CO₂) 층이 덮습니다.
* 계절적 변화: 화성의 대기는 95% 이상이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겨울이 되면 극지방의 온도가 영하 125℃ 이하로 떨어지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얼어붙어 눈처럼 내려 드라이아이스 층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여름이 오면 이 드라이아이스 층은 다시 기체로 승화하여 사라지고, 그 아래에 있던 물 얼음 층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처럼 계절에 따라 얼고 녹기를 반복하는 극관의 층상 구조는 화성의 과거 기후 변화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담고 있는 '타임캡슐'과 같아서 과학자들의 주요 연구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극관에 저장된 막대한 양의 물 얼음은 미래 인류의 화성 탐사 및 기지 건설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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