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2편에서는 에지오와 데스몬드를 통해 2012년 태양풍 재앙을 막아내는 거대한 SF 서사를 따라가 봤는데요. 오늘은 그 무거운 분위기에서 잠시 벗어나, 시간대를 아주 멀리, 고대 이집트로 돌려보려 합니다.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의 주인공 바예크는 시리즈의 다른 주인공들과는 조금 다른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거대한 이념이나 재앙을 막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죠. 그리고 유비소프트는 이 바예크의 슬픈 감정을 광활한 이집트 사막의 '밤하늘'에 정말 아름답게 녹여냈습니다. 바로 '12개의 돌 원' 퍼즐을 통해서 말이죠.
* 스포 주의!! *

사막에 흩어진 12개의 돌 원
'오리진'의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맵 곳곳에 '돌 원(Stone Circles)'이라는 물음표 아이콘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곳에 도착하면 바예크는 땅에 그려진 문양 위에 앉아 명상을 시작합니다.
그러면 카메라는 밤하늘로 올라가고, 플레이어는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움직여 땅에 그려진 문양과 똑같은 '별자리' 모양을 맞춰야 합니다. 총 12개의 이 퍼즐들은 각각 이집트 신화와 관련된 별자리들을 상징하죠.
처음에는 "아, 그냥 또 하나의 수집 요소인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퍼즐을 하나씩 맞춰갈수록, 우리는 이것이 단순한 수집이 아니라 바예크의 가장 내밀한 슬픔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아빠... 별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바예크가 별자리 하나를 맞출 때마다, 우리는 그의 과거 회상을 듣게 됩니다. 바로 그가 사랑하는 아들, '케무'와 함께 별을 보던 순간의 기억이죠.
사막의 밤하늘 아래, 어린 케무는 아버지 바예크에게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재잘거립니다. "저건 '아문' 신이에요!", "저건 '오시리스' 신이고요!" 하면서 말이죠. 바예크는 그런 아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때로는 장난스럽게, 때로는 다정하게 대답합니다.
이 12개의 돌 원 퍼즐은,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사막을 방황하며 아들과의 행복했던 추억을 하나씩 더듬어가는 '순례길'이었던 겁니다. 복수를 위해 피로 물든 손으로, 그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유일하게 순수했던 순간, 아들과 함께했던 순간을 그리워합니다.
12개의 돌 원을 모두 찾고 나면, 바예크는 마지막으로 케무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립니다. "언젠가 저 별들처럼 될 수 있을까요?", "너는 이미 나의 가장 빛나는 별이란다, 케무." 이 대화는 '오리진'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이 퍼즐은 이수(Isu) 문명의 거대 서사와는 별개로, '오리진'이라는 이야기의 감성적인 축을 완성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별
이 돌 원 퍼즐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이것이 고대 이집트인들의 실제 천문학과 세계관을 깊이 반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별자리들은 우리가 아는 그리스식 12궁 별자리(황소자리, 사자자리 등)가 아닙니다. 아문, 오시리스, 세르케트(전갈의 여신), 하토르 등 이집트 고유의 신들로 이루어져 있죠. (물론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대라 그리스/로마의 영향도 일부 섞여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밤하늘은 그냥 낭만적인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별은 '신' 그 자체이자, 죽은 파라오가 여정을 떠나는 '사후세계(두아트)'의 길이었습니다. 나일강의 범람 시기를 알려주는 시리우스(소티스) 별처럼, 천문학은 그들의 농사와 종교, 즉 삶과 죽음 그 자체와 직결되어 있었죠.
바예크가 아들을 그리워하며 별을 보는 행위는, 어쩌면 별이 되어 사후세계로 떠났을 아들과 대화하려는 고대 이집트인으로서의 가장 절박하고 경건한 의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마무리: 핵심 내용 요약
오늘은 1, 2편의 거대한 SF 서사와는 조금 다른, 아주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천문학 이야기를 다뤄봤습니다. '오리진'은 천문학이라는 소재를 통해 '암살단의 기원'뿐만 아니라, 한 아버지가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오늘의 핵심 요약입니다:
- '오리진' 속 '12개의 돌 원'은 고대 이집트의 별자리를 맞추는 퍼즐입니다.
- 이 퍼즐은 단순한 수집 요소가 아니라, 주인공 바예크가 죽은 아들 케무를 추억하는 매우 감성적인 스토리 장치입니다.
- 각 별자리는 아문, 오시리스 등 이집트 고유의 신화와 연결되어 있으며, 고대 이집트인들의 삶과 죽음, 사후세계에 대한 세계관을 반영합니다.
- '오리진'은 천문학을 '개인의 슬픔'과 '역사 고증'으로 풀어내며 시리즈에 깊이를 더했습니다.
이집트의 신들이 이렇게 별이 되었다면, 그리스와 북유럽의 신들은 어땠을까요? 다음 편에서는 신화와 우주, 그리고 이수(Isu) 문명의 진실이 본격적으로 만나는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와 '발할라'의 우주론을 탐험해 보겠습니다. 4편에서 만나요!
어크 속 천문학 3편 요약
자주 묻는 질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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